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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300억뷰'…세계 사로잡은 'K-먹방'의 진화
등록 2024.10.28 06:09:39 수정 2024.10.28 06:50:16
2010년께 시작된 K-먹방, 이젠 전세계가 즐겨
올해 들어서만 유튜브 먹방 조회수 300억뷰↑
인터뷰 등과 결합하며 새로운 형식으로 진화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먹방은 크리에이터가 카메라 앞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2010년대 초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음식을 먹으며 진행하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됐다.
한국에서 시작된 먹방은 유튜브의 인기를 타고 해외로 전파돼 2015년 이후에는 전 세계적인 콘텐츠 문화로 자리잡았다. 해외에서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먹방'(Mukbang)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도 등재됐을 정도다.
먹방이 대중화되기 시작한건 쾌감을 주는 백색소음을 뜻하는 'ASMR' 콘텐츠와 결합하면서다. 크리에이터가 떡볶이, 라면, 치킨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잔뜩 쌓아놓고 복스럽게 먹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했고, 바삭한 튀김을 깨무는 소리, 쫄깃한 젤리를 씹는 소리, 면발을 입술로 후루룩 넘기는 소리 등은 청각적인 쾌감도 함께 선사했다.
'먹는 모습'과 '먹는 소리'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콘텐츠의 핵심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로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먹방과 ASMR 크리에이터들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구독자 1000만명을 넘는 한국 먹방·ASMR 크리에이터만 해도 설기양, 햄지, 이공삼, 쏘영, 쯔양, 문복희, 제인, 홍유, 시오 등 10여명에 이른다.
먹방은 이제 전세계인이 즐기는 인기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계속 진화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5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먹방의 진화(Good Eats: The Evolution of Mukbangs on YouTube)' 게시물에서 이런 흐름에 주목했다. 유튜브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제목에 '먹방'이 포함된 영상의 조회수는 300억뷰 이상을 기록했다"며 "먹방은 인터뷰 쇼와 같은 다른 포맷에도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먹방 같은 콘텐츠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젠 먹방을 콘텐츠 소재로 활용하지 않는 크리에이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새로운 형태의 먹방도 계속 등장하는 추세다. 육류, 디저트, 매운음식 등 한가지 콘셉트에 집중하기도 하고 실험, 챌린지, 상황극 등 다른 요소를 결합해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튜브가이드는 최근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국내외 먹방 유튜브 채널 3곳을 소개한다.
인생 최후의 식사 대접하는 미시컬 키친(Mythical Kitchen)
미국의 푸드 크리에이터 조쉬 슈어러가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 수는 338만명에 이른다. 맥도날드, 피자헛, 서브웨이 등 프랜차이즈 체인의 인기 메뉴를 원재료부터 직접 만들어보거나, '달걀 스크램블을 만들 땐 소금을 나중에 넣어야 한다'와 같은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등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특히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는 유명인에게 '마지막 식사'로 먹을 음식을 고르게 하고, 해당 메뉴를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라스트 밀즈'(Last Meals)다. 먹방과 인터뷰를 결합한 형식이다. 이 시리즈를 보면 유튜브에서 패스트푸드와 고열량 음식 먹방이 왜 인기있는지를 알 수 있다. 유명 인사들이 마지막 식사로 선택한 메뉴를 보면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햄버거, 피자, 치킨, 핫도그와 같은 대중적인 메뉴들이 대부분 들어있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최후의 식사를 감상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영상은 지난 1월 게시된 스타 셰프 고든 램지 편이다. 지금까지 1300만회가 넘게 조회됐다. 고든 램지는 자신의 마지막 식사로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버터치킨, 치킨윙, 인앤아웃 버거, 비프 웰링턴, 진토닉, 스티키 토피 푸딩, 딥프라이드 마스 바 등을 골랐다. 보통 영국인들도 즐겨먹는 대중적인 메뉴 구성이었다.
음식 속에 담긴 사람들의 추억과 가치관, 취향을 자연스럽게 대화로 풀어나간다는 점은 라스트 밀즈의 색다른 재미 요소다. 고든 램지는 추억이 깃든 음식들을 차례로 먹으면서 자신의 요리 인생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마지막 디저트 스티키 토피 푸딩을 먹으면서는 "이것은 엄마를 생각나게 한다. 어릴땐 세 개의 직업을 가진 엄마를 보고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는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똑같이 살게 된다. 그게 내 DNA에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늘 일을 했던) 엄마가 우리의 생일에 항상 만들어주던 디저트다."라고 말했다.
월드 스타들의 핫 치킨 먹방…퍼스트 위 피스트(First We Feast)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의 일종일까? 유튜브에선 불닭볶음면 등 아주 매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이나 챌린지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 매운 음식 먹방은 해외에서도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구독자 1410만명을 보유한 푸드 유튜브 채널 '퍼스트 위 피스트'(First We Feast)의 '핫 원즈'(Hot Ones)가 대표적인 사례다.
핫 원즈 역시 인터뷰 형식의 먹방이다. 진행자인 션 에반스는 유명인을 초대해 튀긴 닭날개를 먹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단 함께 제공되는 핫소스에 찍어 먹어야 한다. 10종류의 소스가 제공되는데 질문이 거듭될수록 점점 더 매워진다. 처음엔 스코빌 지수 1700~1800 정도의 무난한 매운맛으로 시작되지만 마지막 단계에 가면 스코빌 지수가 수백만에 이르는 '지옥의 맛'을 경험하게 된다.
샤킬 오닐, 코난 오브라이언, 저스틴 팀버레이크, 마고 로비, 스칼렛 요한슨, 노엘 갤러거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이 쇼에 출연했다. 영상 조회수는 적게는 수백만회에서 많게는 수천만회에 이른다. 대부분의 출연자가 처음에는 견딜만 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입 안엔 매운맛이 누적되고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난다. 시청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장면이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는 중반부를 넘어가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더니 갑자기 트림을 하기 시작했다. 촬영 도중 혀를 내밀거나 얼음을 입안에 털어넣기도 했다. 후반부에는 답변을 멈추고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더 격렬한 반응도 있다. 고든 램지는 먹방 후반부가 되자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Fxxx' 'Sxxx' 같은 욕설을 연발했다. 촬영 도중 도넛을 잘라 입에 쑤셔넣거나 입에 머금고 있던 음식을 게워내기까지 했다.
반면 놀라울 정도로 매운맛을 잘 견디는 스타들도 있다.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는 스코빌지수가 269만이 넘는 마지막 단계의 핫소스를 먹은 뒤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란데는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텀스(속쓰림약), 바나나, 팝시클(얼음과자), 커피 등을 준비해왔다"고 밝혔지만 이런 준비물에 전혀 의존하지 않았다. 스코빌지수 1만8000 정도인 '익은 김치 핫소스'가 나왔을 때는 "나는 김치의 굉장한 팬이다. 향기가 아름답다. 맛은 사랑스럽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반려견과 함께 먹방…지유개
뮤지컬 배우 출신 크리에이터 이지유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반려견 '이치'와 함께하는 먹방이라는 아이디어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2년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는데 2년 만에 구독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 벌써 5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치킨, 햄버거, 마라탕, 떡볶이 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어 반려견과 나란히 앉아 먹방을 진행한다. 이지유와 이치가 먹는 메뉴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사람이 먹는 식재료 중 강아지에게 해로운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치를 위한 음식은 따로 만든다. 시중에 있는 조리법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화제가 됐던 두바이 초콜릿 먹방을 진행했다. 초콜릿은 강아지에게 위험하기 때문에 이치를 위한 레시피를 개발했다. 갈색빛을 띄는 캐롭 가루로 초콜릿을 만들었고 시금치와 닭가슴살, 락토프리 우유 등으로 만든 초록색 속재료를 채웠다.
하지만 먹방이 의도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건강을 생각해 만든 레시피인 만큼 이치는 항상 이지유의 음식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반려견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어르고 달래며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도 지유개 먹방의 또 다른 재미다.
이지유는 지난해 4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려견과 함께 하는 먹방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치킨이나 피자를 먹을 때 이치도 너무 먹고 싶어 했다. 하지만 똑같은 음식을 줄 순 없으므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며 "그럴 때마다 비슷한 모양의 강아지용 음식을 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하기 위해서 콘텐츠를 억지로 짜낸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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