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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진출 정희현 "프로 상상도 못했는데…턴오버는 로또"[인터뷰]
등록 2024.10.23 06:00:00 수정 2024.10.23 09:34:16
이달 초 B3 리그 '쇼난 유나이티드 BC'와 계약
지난해 '턴오버' 합류, "한 친구가 수차례 권유"
"예능인 줄 알았는데…전태풍·하승진, 용기 줘"
"아마추어 뽑은 쇼난, 엄청난 도전…너무 감사"
日 선수 생활·일상 다루는 유튜브 시작 계획도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턴오버라고 하면 대부분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붙지만, 저한테는 '로또'였던 것 같습니다."
일본 프로리그 진출에 성공한 농구선수 정희현(24)은 지난 15일 뉴시스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턴오버를 하면서 1년의 경험치가 너무 귀하다. 농구도 많이 배웠지만, 제 인생의 사고가 많이 넓혀진 느낌"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많이 성장하고 배웠다, 그런 과정을 생각해 보면 로또 당첨 그 이상이고 너무 감사한 순간"이라며 "(하승진·전태풍의 인생 경험치를) 저희한테 많이 나눠주셨다. 농구도, 삶을 대하는 방식도 정말 많이 배웠다"고 보탰다.
사실 정희현의 이번 입단은 해외 진출인 동시에, 프로리그에 첫발을 디뎠다는 의미가 있다. 한양대에서 1학년 생활을 마치고 2020, 2021년 두 차례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미지명된 그는 선수로서의 꿈을 접고 군에 입대했다.
드래프트 재도전 과정에서 발목 인대 2개가 완파되는 부상을 당했으나, 회의감에 휩싸이면서 치료를 거부한 채 입대를 결정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후 프로 선수 출신 전태풍·하승진이 지난해 9월 시작한 '턴오버 프로젝트'를 먼저 접한 한 지인이 자신에게 '딱 네 얘기다' '무조건 해야 된다'며 수차례 참여를 권유, 전역을 하는 시점에 '빅 맨'으로 합류하게 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프로 농구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진행된 콘텐츠다.
또 부상 방치에 따른 재활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마지막까지 고민을 이어가던 그에게, 전태풍·하승진이 '도전 한 번 해보라'라는 말들로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한다.
정희현은 "(당시) '이분들이 농구를 정말 사랑하셔서 이런 일을 하시는구나'를 느꼈다. 그렇게 해서 제가 들어가게 됐다"며 "3년 전까지만 해도 농구를 그만두고 창고에서 일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렇게 프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회고했다.
1년간 턴오버팀에 몸담은 정희현은 올해 10월 일본 B3리그 내 쇼난 유나이티드 BC(쇼난)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턴오버에서와 마찬가지로 쇼난 유니폼에 '5번'을 달고 프로 선수로서의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향후 포부와 관련해선 "쇼난팀에서도 커리어 공백이 엄청 긴 선수, 아마추어인데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뽑으려고 했던 건 엄청난 도전이었을 것"이라며 "팀에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제게 원하는 퍼즐 모양을 만들어 끼워 넣고 싶다. 결국 팀이 우승해서 B2 리그에 가는 게 이번 시즌의 목표"라고 밝혔다.
끝으로 턴오버 팀원과 팬들을 향해 "불안정한 도전 과정 속에서 모두가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그 노력을 알기 때문에 어떤 결과든 다 잘될 것이라고 믿고 응원한다"며 "농구를 잘해서 즐거움을 드리는 게 팬분들에 대한 보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절대 선수 못한다' 생각하며 살아…꿈만 같다"
-축하합니다, 먼저 쇼난 유나이티드 BC에 입단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농구를 그만두고 창고에서 일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렇게 프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또 군 생활을 하면서도 '절대로 다시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근데 턴오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상상하지도 못한 이런 일들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도 사실 믿기지 않고 좀 꿈 같은 느낌을 받고 있어요. 팀에서 훈련하고 있지만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해서 실감도 많이 안 나는 상황입니다. 꿈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쇼난에 들어가신 배경을 여쭤볼 수 있을까요.
"태풍이형은 저희를 훈련시켜 주시고 승진이형은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주로 하셨는데, '해외 길도 많이 열려 있다' 하시면서 많이 찾아보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에이전시와 접촉하고 에이전트가 발품을 팔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또) 제가 운이 좋았죠. (원래) 제 자리였던 선수가 농구를 못하는 상황이 됐고 이 팀이 (속한 리그) 시즌이 10월 초에 시작해 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에이전트에서 저를 (팀에) 소개해서 알맞은 퍼즐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필요한 선수여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느낌이었어요."
-턴오버 참여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99.9%, 그냥 100%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드래프트를 재도전하는 과정에서 발목 인대 두 개가 완파됐는데, 그 과정에서 회의감을 느껴 사실 군대를 안 갈 수 있었는데 그냥 수술을 받지 않고 입대했습니다. (이후) 발목 수술을 두 번이나 했는데 최근 상병 때 또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뛰지도 못하는 사람, 선수였는데 턴오버를 통해 완벽하게 회복하고, 당시 2년이라는 시간을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1년 만에 프로에 입단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확률이라고 생각합니다. 턴오버 프로젝트가 무(無)였던 사람을 유(有)로 만들지 않았나. 제 삶에 있어서 정말 귀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지만 무서웠던 게 농구…턴오버는 친구가 권유"
-당시 턴오버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말년(병장)에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는데 한 친구한테 '너 하승진 유튜브 봤냐. 딱 네 얘기다, 해야 된다'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내가 어떻게 농구를 다시 하냐, 됐다'고 했는데 그 다음 날 (그 친구가) 다시 전화해서 '무조건 해야 된다' '후회하기 전에 한 번만 더 도전해봐라'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게 됐는데 '한 번 해볼까' 싶다가도 사람들이 보는 단상 위에 올라가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또)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무서웠고. 제일 잘하고 사랑하지만 반대로 제일 무섭고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게 농구였죠. 그래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실패하든 성공하든 앞으로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 참여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사실 턴오버 참가 신청서를 내고 군대에서 뛰는 것과 농구를 해봤는데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군대에서 수술만 하고 재활을 아예 하지 않아서 발목이 너무 망가졌었어요. 그냥 앞으로 뛰는데도 불구하고 발목이 계속 돌아갈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못할 것 같다'고 PD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승진·태풍이형한테 전화가 왔고, '도전해봐라' 이러면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처음에 방송용이고 약간 예능 느낌인 줄 알았는데 그때 정말 진심을 느꼈어요. '이분들이 농구를 정말 사랑하셔서 이런 일을 하시는구나'라는 걸, 그래서 그때 정말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당시 턴오버를 권유해줬던 친구는 누구였나요.
"제가 농구를 그만뒀지만 재밌으니까 같이 하던 농구를 엄청 좋아하는 일반인 친구들이 있었어요. 군대 가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다가 한 친구한테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최근에) 거하게 한턱내겠다고 너무 고맙다고 연락했어요."
"'너희 같은 선수에게 나눠주라'는 말 듣고 마음속 울림"
-턴오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턴오버라고 하면 대부분 키워드가 '도전'이라는 게 붙지 않나, 저한테는 로또였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턴오버를 통한 1년의 경험치가 너무 귀해요. 농구도 많이 배웠지만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되는지까지도 많이 배웠고, 제 인생의 사고가 좀 많이 넓혀진 느낌이에요. 저도 많이 성장하고 배웠고 그런 과정을 생각해 보면 로또 당첨 그 이상의 경험치를 얻었고 너무 감사한 순간입니다. (승진·태풍이형의 인생) 경험치들을 저희한테 많이 나눠주셨습니다. 농구와 삶을 대하는 방식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턴오버로 함께 활동했던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먼저 승진이형, 태풍이형은 정말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저희를 도와주셨어요. 처음엔 사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걸 희생하셨어요. 감사하다는 말로는 많이 부족한 것 같고 또 죄송한 마음도 크죠. 왜냐하면 저희가 받는 만큼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그걸 많이 못해 드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B 리그에 들어가고 승진이형한테 연락을 드렸는데 '지금까지 형들한테 받은 것들을 우리한테 갚지 말고 네가 정말 성공해서 나중에 너희 같은 선수들에게 나눠주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의 울림이 있었어요. 그래서 목표나 꿈 그 이상인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멤버들에게는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힘들고 불안정한 이런 도전 과정 속에서 정말 모두가 열심히 운동하면서 살았어요. 그 노력을 알기 때문에 어떤 결과든 다 잘될 것이라 믿고 응원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쇼난 입장서 엄청난 도전…B2 리그 가는 게 목표"
-향후 목표나 포부가 궁금합니다.
"쇼난팀 입장에서 저를 뽑는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대학교 1학년만 마치고 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그동안의 커리어 공백이 엄청나게 긴 선수고, 지난 4년간의 (정식 경기) 기록이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인데 제가 보낸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뽑으려고 했죠. 프로 입장에서 엄청난 도전이었는데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고 뽑지 않았나. 그래서 저는 쇼난팀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편견 없이 바라보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뽑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팀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톱니바퀴처럼 모두가 맞물려 움직이는 플레이를 하는 이 팀에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팀에서 원하는 퍼즐 모양을 제가 만들어서 팀에 끼워 넣고 싶어요. 제 개인적인 욕심과 또 제가 했던 농구 방식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팀에서 원하는 방식만을 고수하고 또 거기에 맞는 훈련을 하고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결국 팀이 우승해서 B2 리그에 가는 게 이번 시즌의 목표입니다."
-팬분들에게 남기고 싶거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턴오버를 하면서 감사하게도 실력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사실 그럴 때마다 '아직 그런 실력이 아닌데'라는 마음이 커서 부끄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제 모습을 사랑,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팬분들께 보답하는 건 제가 농구를 잘해서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좋은 모습을 오랫동안 선수 생활 하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또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일본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일상 같은 것도 올릴 테니 그렇게 근황을 확인하셨으면 좋겠어요. 제 지금 심정은 최대한 (저를 보러 오시는) 분들께 잘해주려고 한다. 팬 서비스 할 수 있는 만큼 다 하고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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